어느날 와이프가 말했다.
'오빠 이 책들 팔자'
집에 오래된 책들이 넘쳐난다.
알라딘 중고서점에 팔기로 한다.
폴딩카트에 무거운 책들을 낑낑대며 담았다.
중고서점은 역세권에 있다보니 주차도 빡세다.
몇바퀴를 돌아 겨우 잠시 댔다.
대기표를 뽑고 기다렸다. 내 순서가 왔다.
음.. 1/3 정도만 팔리고, 그나마 가격도 얼마 안된다.
상당히 판거 같은데 손에 쥐어진건 만원짜리 두어장.
이게 어디냐 일 수도 있겠지만 괜히 아까운 마음이 드는건 왜일까.
'그냥 보관하고 볼 걸 그랬나..?'
근데 아마 안봤을꺼다.
e북으로 만들어볼까?
문득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래! 유튜브에서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만드는걸 봤어!
그날 저녁 바로 vFlat 앱으로 해봤다.
생각보다는 잘 된다.
그런데 3권정도 작업을 하고나니, 힘들기도 한데 시간이 아까운거다.
한두권 정도는 어떻게 해볼 수 있겠으나 지속적으로 하기에는 어려워 보였다.
그래도 작업하고 나니 e북화 한 느낌이 의외로 나쁘지 않다?
그럼 속도를 올려보자.
전용 스캐너를 이용하여 빠르게 슥슥슥 스캔하는 것이 또 눈에 들어온다.
스캐너를 검색하자 후지쯔 스캔스냅 (리코 브랜드로 변경), 캐논, 앱손, 브라더 등의 브랜드가 보인다.
유튜브에서 가장 후기도 많은 모델들이다.
검색끝에 쿠팡 와우.. 가 되는 캐논 R50 을 큰맘먹고 질렀다. (구매가 약 54만원)
그래 권당 1만원이라 치고 100권 만들면 되지! 라는 말도 안되는 기적의 논리를 앞세우고..
R50을 선택한 이유는 무선을 지원하는 부분이 컸고, 스펙은 동급 기기들과 비교해서 무난해 보였다.
연결선을 주렁주렁 달지 않아도 PC, 노트북, 스마트폰, 태블릿에서 전용앱을 통해 스캔한 결과물을 받을 수 있었다.
(사용을 좀 해보니 이 부분은 꽤나 편리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이후는 아래와 같이 진행했다.
- 프린터 켜고 무선와이파이 잡기
- 맥북에 스캐너 드라이버 및 스캔 프로그램 설치
https://m.svc.kr.canon/solution/solutionList 에서 R50 검색
- Capture on Touch 프로그램 실행
그런데 이제 책을 파.괘.하.는 단계다.
그래! 미니멀하게 가겠어!
영상에서 본 작두 재단기는 뭔가 거해 보이고, 작두포스가 무서워서 일단 사지 않았다.
커터칼로 계속 그어서 썰어내면 되지! 라고 생각하고 5권정도를 작업했다.
삐뚤삐뚤. 종이조각양산. 지저분. 힘듦. 부상위험..
이것도 적은수량에 e북 퀄리티가 낮아도 되는 경우에만 해야할 것 같았다.
음... 결국엔 가야하는가.
결국엔 재단기도 끝판왕으로 알려진 현대오피스 HC-600 으로 오게 되었다. (15만 4천원.. 비싸다.)
택배를 받고는 깜짝 놀랐다. 정말 무거웠다. 쇳덩어리 그 자체다.
이정도의 튼튼함이 있으니 400장까지 한번에 썰어버리지.
일반적인 작두형처럼 레버에 칼날이 달린게 아니라, 기계 재단기 처럼 칼날이 따로 있고 이걸 레버를 지렛대 형식으로 눌러서 썰어내는 거였다.
써보니.. 이걸 왜 이제야 샀을까.. 라는 후회가 들 정도였다.
책을 끼워넣고, 고정한다음 레버를 내리면 쑤컹하고 썰리는 느낌이 얼마나 상쾌하던지.
좋은 재단기와 좋은 스캐너
이 두 조합이 이루어지자 대단히 빠른 속도로 e북화를 할 수 있었다.
(이후로는 고민하지 말고 좋은걸로 한방에 가자.. ㅠ)
작업한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재단기에서 작업할 책 몇권을 바로 파쇄한다.
처음에는 삐뚤지 않고 제대로 자르는 것이 어려웠으나 조금씩 방법이 익숙해졌다.
먼저 고정하기 전에 적당히 책을 밀어넣고 칼날을 천천히 내려 어디에 닿는지 본다.
위치를 잡으면 책을 고정하고 쑤컹!!
(TIP)
사실 정확하게 평행으로 자르기는 쉽지 않았다.
이를 해소한 방법이 있어 적어본다.
(1) 먼저 칼날을 완전히 내린다.
(2) 그 다음 자르고자 하는 단면을 갖다 대어 정확하게 평행을 맞춘다.
(3) 칼날을 올린다.
(4) 그 상태에서 책 바깥쪽의 눈금을 보며 필요한 만큼 밀어넣는다.
(5) 고정레버를 돌려 책을 고정한다.
(6) 칼날을 내려 썬다. 끝.
나의 경우에는 맥북 (Capture on Touch 프로그램) 과 스캐너로 스캔작업을 진행했다.
일반적인 200-300 페이지 책도 5분안에 마무리하는 점이 좋았다.
프로그램에서는 (1) 스캔방법 (2) 출력형태 를 정한다.
(1) 스캔방법 - 300dpi
(2) 출력형태 - 저장위치, pdf 형태로, ocr 은 사용 (때에따라 비활성)
한번에 50장까지 급지하는 것을 권장하는 관계로 두세번 나누어 넣으면 완료.
어느정도 스킬이 늘면? 들어가면서 빠진만큼을 채워넣어 계속적으로 스캔하도록도 하였다.
작은 책은 그냥 한번에 스캔하기도 했다.
캐논 스캔 프로그램인 Capture on Touch 에서 pdf 로 저장했다.
OCR(글자인식)을 적용하여 pdf 로 저장할 수도 있으나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린다.
하여 검색이 굳이 필요없는 책들은 OCR 없이 저장했다.
맥북에 저장된 파일은 onedrive 에 올려두었다.
현재 폴드4를 사용하고 있어서 평소에 보기에 좋다.
onedrive 앱에서 바로 볼 수도 있고, 리디북스 같은 앱으로 봐도 괜찮다.
특성상 아이패드가 가장 보기에 좋은 것 같다.
특히 goodnote, notability 등의 앱으로 불러와 필기하며 보는 것도 좋은 방법
그냥 처분하려던 책을 작업한거라 저장하면 즉시 버렸다.
줄어드는 책을 보는 것이 오히려 더 즐겁다.
다시 복원하는 분들도 있다고 하는데 이건 책에 따라, 개인의 성향에 따라 결정하면 되겠다.
그간 e북을 어느정도 보아 왔으나 가지고 있던 책을 pdf 로 만들고 보니 느낌이 또 달랐다.
특히 IT 도서와 같이 크고 무거운 책에 대한 느낌이 달랐다.
그 동안 물리적인 크기와 무게 때문에 손이 덜 갔는데, 손가락 팅김 만으로 휙휙 넘겨가며 발췌해서 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너무도 당연하지만 가지고 있던 책이어서 더 대비되는 느낌?
원래 당근으로 스캐너와 재단기를 사려고 했는데, 도무지 나오지 않아서 신품으로 사게 되었었다.
가격대가 있는 편이라 급하지 않다면 잠복했다가 마련해도 좋을 것 같다.
책 뿐만 아니라, 내 메모, 일기장, 아이일기 및 어릴적 그리고 쓴 것들, 사진, 매뉴얼들..
수많은 종이 기록물들을 퀄리티 좋게 데이터화 하니 정말 좋다.
며칠간 매일매일 작업을 하니 저녁마다 아르바이트 뛰는 느낌이 드는건 덤.
원래 가격이 절반정도 싼 포터블 제품들을 사려고 했었으나, 좀 비싸도 현재의 구성으로 마련한 것에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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